오늘의 칼럼

이재명 취임사로 본 통일·외교·안보의 기대와 우려

이재명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었다. 취임사에서 대한민국호가 직면한 민생, 경제, 외교, 안보, 평화, 민주주의 등 복합 위기를 헤치고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필자는 많은 문제와 어려움 속에 대통령 직을 준비하고 승리로 이끈 이 대통령에게 일단 기대를 가지며 지켜본다.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의 임명, 주요 직책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의 친명적 과격한 성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대통령이 총애하는 자신의 사람들로 참모진을 구성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대통령과 한 팀이 되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과 방향으로 국정을 잘 운영하느냐의 여부고, 평가는 그때의 일이다.
아직 이재명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구체적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자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첫 발자국이자 역사에 남을 그의 취임사에 나타난 통일·외교·안보 얼개는 여러 우려를 낳는다. 필자가 지난 칼럼 “이재명의 통일·외교·안보 인식과 공약 ‘위험’”(5월 16일자)의 지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헌법 69조에 따라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란 취임 선서를 육성으로 했다.
그럼에도 이어진 취임사는 헌법을 준수하지도 자신의 선서도 따르지 않았다. 통일을 대통령의 의무로 규정한 헌법 66조 3항을 무시하고, 통일 ‘통’자도 입에 담지 않은 것이다.
대신 문재인과 마찬가지로 필살기이자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평화’라는 소리를 높였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 번영의 미래를 설계하겠습니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입니다.”
한반도에 전쟁만 없으면 그것이 평화고 그것이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얘기는 김정은이 전쟁만 일으키지 않으면 공존·공생하겠다는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습니다”는 여기서 더 나아가 통일을 지향하기는 이미 너무 늦었으니 김정은과 소통·협력하는 것이 사실상의 통일 상태라는 예의 그의 주장을 보는 듯하다.
김정은 독재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 변화 필요성과 변화 의지,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입 닫을 것으로 김정은이 받아들일 수 있다. 김정은의 ‘2민족·2국가’ 주장을 존중할 것으로 화답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당연히 예견한 대로 문재인 이래 민주당 정치인의 전매특허이자 자나 깨나 외치는 구호 “평화가 경제”도 빠지지 않았다.
한반도에 평화가 구축되면 우리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전쟁만 없는 상태가 평화라면, 그 평화가 김정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 지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평화가 되어야 한다.
먼저 김정은 독재체제 강화에 도움이 되어 한반도 분단을 고착하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평화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안심하고 발 뻗고 있을 그 평화의 기간이, 평화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능력을 키우고 세울 시간과 자원을 김정은에게 주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평화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 증강·정예화·첨단화의 시간이 되어 우리에게 더 큰 재앙으로 닥칠 비수를 준비하는 기간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들이 추진했던 대북 포용정책 혹은 ‘대북 퍼주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김정일·김정은에게 유화적으로 혹은 숙이고 대화하고 교류 협력한 결과 북핵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도 줄어들기라도 했는지를 진지하게 복기해봐야 한다.
전쟁만 없는 상태가 평화라면 그 속에서 우리 동포 북한 주민의 삶이 인권이 개선되는가, 폭악한 독재체제에 변화가 생기는 가도 고민해야 한다.
필자가 “이재명 당선 명줄을 쥔 김정은”(5월 29일자)에서 지적했듯이 이 대통령 당선에 김정은은 결정적 힘이 되어 주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청구해 받아내 나를 즐겁게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국가정보원장으로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의 상징적 인물인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임명됐으니, 김정은의 기대는 더 크게 풍선처럼 부풀고 있을 것이다.
과거 체험을 반면교사 삼아 이 원장이 김정은과 평화를 도모하되, 북한 변화, 북한 주민 인권 개선,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를 목표로 삼기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의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습니다.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해 나가겠습니다”라는 지난 5월 13일 그가 말한 외교에서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한·미동맹은 한·미동맹대로 한·미·일 협력은 협력대로, 중·러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면서 물건도 팔고 협력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의 복습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미·중 간에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지정학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전화는커녕 백악관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냈고, 중국이 “미국은 중·한 관계 이간질을 중단하라”며 즉각 받아쳐 공방을 벌이는 현실이다.
지난 5월 31일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지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상황의 연장이다. “대중 압박 정책에 동참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들 역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지만,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초기에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을 앞세워, 균형외교란 이름 아래 미·중에 양다리를 걸쳐, 한·미 관계 첫 바퀴를 잘 꿰지 못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미국에 많은 것을 양보하고 따르면서도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실용외교’가 아니라 국가이익에 대한 냉정하고 현실적 평가에 근거해 실익을 일구어내는 ‘현실정책(Realpolitik)’이 펼쳐져야 한다.
분단 시기에 냉전, 긴장 완화, 신냉전으로 급변한 국제 정세 속에서, 미·소 갈등의 틈 속에서도 안보와 성장을 이끌면서 통일을 견인해 낸 서독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 49.42%의 지지로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었다. 0.58%이기는 하나 과반수를 넘는 국민이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육성으로 행한 취임사를 곱씹고 실천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6월 5일

李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대법관 증원' 시동… 우선순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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