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파이브’
영화 ‘하이파이브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022년에 완성된 이 영화는 2023년 3월 주연 배우인 유아인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개봉이 연기되었다. 그러나 그의 다른 출연작인 ‘승부’가 흥행에 성공하자 유아인이 홍보에 참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개봉되었다.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는 장기 이식을 통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인물들이 이를 계기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병원 구급차에 실려온 환자로부터 태권 소녀 완서(이재인 분),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 분), 야쿠르트 판매원 선녀(라미란 분), 공장 작업반장 약선(김희원 분) 그리고 백수 기동(유아인 분) 등 다섯 명은 각각 심장, 폐, 신장, 간, 각막을 이식받는다. 이후, 그들은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되며 자신들만의 표식을 통해 서로를 알아보고 팀을 결성한다. 그러나 능력도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은 모일 때마다 다툼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편, 췌장을 이식받고 초능력을 얻게 된 새신교 교주 영춘(박진영 분)은 절대자가 되기 위해 나머지 이식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들 다섯 명은 자신들의 능력을 지키고 영춘의 야망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 싸움을 벌이게 된다.
영화는 평범함의 가치를 일깨운다. 초능력을 소재로 한 유쾌한 판타지 코미디이지만, 그 중심에는 무엇이 평범하고 무엇이 비범한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놓여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은 원치 않게 비범한 능력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으며, 자신이 가진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한다. 반면, 영춘은 초능력을 권력과 통제의 수단으로 삼으며 그의 존재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 능력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영화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연대하고 공존할 때 오히려 더 큰 힘이 발휘될 수 있음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초능력을 통한 영웅서사가 아니라 각자의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선한 방향으로 능력을 발휘할 때 진정한 비범함이 드러난다는 평범함의 위대함을 전한다.
권력과 욕망의 관계를 조명한다. 영화는 장기 이식으로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의 펑범한 인물들과 같은 방식으로 힘을 얻은 새신교 교주 영춘을 대비시켰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처음엔 능력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공동의 선을 위해 사용한다. 반면 영춘은 그 능력을 지배와 신격화의 수단으로 삼는다. 영춘은 초능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지만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파괴하면서 고립된다. 영화는 권력은 욕망과 결합할 때 폭력으로 변질되지만 연대와 윤리를 기반할 때 진정한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말한다.
삶의 연속성과 타자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도 던진다. 이식받은 장기는 타인의 몸의 일부다. 그 몸이 나의 일부가 되었을 때, 나는 순수한 나일까. 영화에서 장기이식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의학적 행위를 넘어, 몸의 정체성, 삶의 연속성, 타자와의 연결이라는 철학적 주제까지 환기시킨다. 장기이식은 누군가의 죽음을 전제로 한 생존이므로 내가 살아 있는 것은 곧 누군가의 삶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삶의 연속성 속에서 삶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영화는 우리 모두가 타인으로부터 비롯됐고 타인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우리 사회는 갈등의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계층간 이동 사다리가 붕괴되면서 분노 사회로 들어가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해법은 타인을 고려하는 연대와 화합에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갈등과 분열을 해소해서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을 얻은 평범한 다섯 인물이 갈등 속에서도 끝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해서 진정한 힘을 발견하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권력은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하는가 그리고 공동체의 책임과 사람됨의 윤리에 대해 영화는 코미디 장르를 통해 갈등과 분열의 우리 사회에 작은 공을 던지고 있다.
양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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