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구태 벗어나라" 한목소리
"당원→국민 중심 정당 변화해야"
"거부권 없다, 가능한 건 '여론전'"
"새 당대표에 당 변화 일임해야"
국민의힘 안팎에서 대선 참패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 내부에선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분열이 촉발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분열이 더 고조될 경우 민주당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이재명 정부가 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위헌정당해산심판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보수 정치가 되살아나기 위해 어떤 당대표가 필요하고, 어떤 형태의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단을 듣기 위해 저명한 정치평론가·정치학 교수 4인의 국민의힘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담았다.
데일리안 취재에 응한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선 당을 이끌어온 친윤계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지배적이었다. 친윤 의원들이 선수를 불문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백서팀'을 구성해 패배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있었는지 진단해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만이 답이 아니라는 시각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희망이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당, 후보를 야밤에 바꿔치기해도 괜찮은 정당, 대선 참패를 하고도 후보가 나와서 큰소리치는 정당"이라며 "107명이 친목하면서 자리 자리만 지키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당 내부적으로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을 해야 한다며 '두 가지' 방안을 들어 "첫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엄호해 대선을 망쳐버린 당 지도부와 관저를 찾아갔던 친윤계 의원들이 선수를 불문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원 중심의 정당에서 국민 중심의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평론가는 "당헌·당규를 바꿔야 한다. 당원들은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대다수인데, 이대로 가면 대구·경북 목소리만 반영하게 된다"며 "당을 망친 사람들이 '나만 빼고 바꿔라'는 식으로 칼을 잡으면 안된다"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대구·경북의 눈치만 살피고 대구·경북의 당심만 민심으로 받들지 말고, 전체 민심대로 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당이 국민의 눈높이와 같이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계엄 심판론'인데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죽어버린 게 이번 대선"이라며 "재기를 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 핵심, 내란 주도 세력으로 지칭되는 '강성 친윤',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와 확실하게 절연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리멸렬한 당 내부의 단결과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강성 친윤이 중심이 되는 국민의힘을 벗어나서 비윤 세력을 중심으로 해서 전체가 다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지지층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차기 당권을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비윤 세력의 단결과 통합, 새로운 당권주자 선출. 뻔한 이야기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수가 다시 재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 '현실 자각 타임이 아직 오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의힘이 아직 집권여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 평론가는 "재의요구권이 있을 때야 이탈표 방지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다. 정신승리에 불과한 것"이라며 "차라리 지금은 쇄신과 혁신의 시간이고, 할 수 있는 건 '여론전'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재명 정부를 여론전으로 막아내야 하는데, 지금 하는 것은 패배 원인도 분석하지 않은 '계파 싸움'으로 순서가 잘못됐다"며 "화전민(火田民)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윤 세력이 당직을 모두 내려놓고, 원내대표를 새로 뽑고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백서팀'을 구성해서 패배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있었는지 그것부터 진단해 관련 기구부터 출범시켜야 한다. 조기 전당대회만이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선거는 '내란 심판론'이 먹힌 선거"라며 "국민의힘의 쇄신 방향도 그와 연관이 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어 "국민의힘이 마치 내란 추종세력처럼 국민들에게 인식이 돼있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과거의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내지는 청산에 대한 문제가 확실히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엄 소장은 "전당대회를 늦게 치르거나, 친윤 세력을 중심으로 당권을 편법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행태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신속히 개최해서 새로운 당대표 중심으로 당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건지 국민들에게 어떤 비전을 내놓고 설득시킬 것인지 차기 당대표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대망론'을 기획한 게 친윤계인데, 그 때문에 대선이 틀어진 것"이라며 "당원들이나 국민에게 맡겨놨으면,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를 뽑아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특정 세력이 개입하면 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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